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오랜 숙원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쉼 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상법 개정에 이어,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바로 기업의 성장을 억누르는 ‘주가 누르기’ 관행을 근절하고, 진정한 증시 밸류업을 이루기 위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필요성입니다.
3차 상법 개정, 빛나는 성과와 아쉬운 뒷이야기
지난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입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상장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의무화한 것이죠. 기존에 쌓아둔 자사주 역시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안에 소각하거나 처분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전에는 많은 대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해두고도 소각하기보다는, 마치 ‘마법’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사의 자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도, 이를 소각해 주주 가치를 직접적으로 높이기보다는 기업 분할 시 신주 배정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경영권 분쟁 시 우호 세력에게 넘겨 의결권을 살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3차 상법 개정안은 이러한 편법적인 자사주 활용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지배주주가 사익을 추구하며 일반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구조적인 모순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분명 환영할 만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것만으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법 개정이 지배주주가 소수 주주를 억누르는 ‘수단’을 제거했다면, 이제는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높이도록 이끄는 ‘동기 부여’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제도가 깐깐해질수록, 대주주들은 자사주 매입을 꺼리거나 다른 방식으로 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유인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 누르기’의 진짜 속셈: 상속세와 증여세의 역설
혹시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원치 않는다니, 이게 말이 돼?”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식 밖의 일처럼 들릴 수 있지만, 한국의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체계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상장 기업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세금은 상속·증여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반면, 비상장 주식은 조금 다릅니다.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 평균해 평가하되, 이마저도 순자산가치의 80% 미만으로 떨어지면 강제로 80%를 하한선으로 적용해 세금을 부과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극단적인 역차별을 낳습니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앞둔 대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회사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어마어마한 상속·증여세 폭탄을 맞게 됩니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야 하니, 어떻게든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가 생존 전략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실제로 국내 코스피 상장사 중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즉 기업이 가진 순자산보다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이 60%가 넘습니다. 특히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들의 PBR은 0.8배, 심지어 0.2배 수준까지 떨어지는 극단적인 저평가 상태가 만연해 있습니다.
배당을 늘리거나 적극적인 IR 활동으로 주가를 부양해야 할 대주주가, 상속세 절감을 위해 오히려 유보금을 쌓아두고 호재를 숨기며 주가를 의도적으로 억누르는 기형적인 구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이야기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입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러한 모순을 타파하고, 기업이 제 값을 제대로 받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주가 누르기 방지법’ 논의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상속·증여세 산정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대주주들이 주가 상승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 가치 평가 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거나, 증여세의 경우 장기 보유 시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기주식 소각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여 주주환원 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3차 상법 개정으로 확보된 ‘주주 가치 훼손 방지’의 틀을 넘어, 기업의 진정한 성장이 주주에게도 직접적인 이익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필수적인 퍼즐이 될 것입니다.
3차 상법 개정이 성공적인 첫걸음이었다면, 이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라는 다음 단계를 통해 한국 증시의 밸류업을 완성해 나가는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